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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생활 이야기

미국 이민 16년차 직장인 - 블로그를 시작하며

by LarchmontKorean 2021.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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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창밖으로-구름을-내다보는-모습
Photo by  C. Cagnin  from  Pexels

 

 

30대 미국 직장인의 블로그

 

2000년대 중반, 당시 나는 아직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을 때 일이다. 나의 선택으로 온건 아니지만, 만약 미국에 오지 않았더라면 삶이 어떠했을까 하는 물음으로 종종 상상 또는 생각에 잠기는 게 내 취미 중 하나다. 그 후로 근 16년을 살아오며 수 없이도 많이 돌아봤지만, 후회도 많았고, 나름 좋은 것도 많았다.

한국인으로서, 아니 외국인으로서 문화와 언어가 다른 해외에 나와 산다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다. 당시 내 부모님은 한국 사회에 대한 염증을 좀 느끼셨나 보다. 그래서 이민을 갈 결정을 하셨지만, 세월이 지나 내가 머리가 크고 나서 보니, 인간의 삶과 행복은 단순히 '장소'라는 요소만으로 그다지 큰 제약을 받지 않음을 느꼈다. 물론, 북한이나 전쟁 중인 국가에서 산다면,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게 삶의 안전과 행복을 조금이나마 증진시킬만한 도움이 될 거다. 하지만, 대한민국처럼 어느 정도 발전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산다면, 어딜 가나 결국은 자신의 '능력'만큼 살게 되는 거 같다. 거기다 덤으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혹은 문제가 될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매일 극복하며 살아야 된다는 게 이민자/외국인으로서의 삶이다.

언어문제, 문화의 차이, 인종분쟁 등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어려움들이 곳곳에 있다. 특히 이중언어의 생활이란 처음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가혹하다. 처음 미국 학교에 입학했을 때 겪었던 언어의 장벽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완전히 해결된 거 같지 않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수 십만 년의 인류의 진화와 함께 여러 개의 대륙으로 진출해 정착하면서 발생한 언어의 차이가 이렇게 큰 걸까? 언어학과 생물학은 한 강의도 수강하지 않았던 나에게는 정말 미스터리처럼 느껴진다.

그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더 크게 느껴진 거 같다. 온 식구를 데리고 이민을 온 우리 부모님은 모든 걸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셨을 거다. 그동안 열심히 모은 노후자금과 퇴직금 그리고 적금까지 다 깨서 왔는데, 직장 생활을 해보니 그게 얼마나 힘든 결정인지 알 것만 같다. 한정된 돈으로 하루에 얼마만 써야 버틸 수 있겠는가? 1년에 한국 돈으로 5-6 천하는 대학 등록금을 버티며 대학에 보낼 수 있을까? 온 가족의 식비와 물가는 얼마 정도인가? 이 모든 현실적인 문제들이 나의 부모님이 하셨던 걱정들의 일부다. 이제 내가 어른으로 살아보니 비로소 이 모든 문제들이 정말 쉽지 않은 것이란 걸 깨닫고 있다.

이민은 현실이다. 고국으로 돌아갈 티켓이 있는 상태에서 여행 갔을 때의 여유로움과 낭만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그 기분도 서서히 사라진다. 이 곳이 내가 원래부터 있던 나라인지 아닌지, 가끔 한국을 가보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고 있자면, 이민 초기에 이색적으로만 느껴졌던 길거리 한편에서 노숙하는 노숙자들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며 다리가 후덜 거리는 불안감마저 가끔은 들기도 한다. 여기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되는 걸까? 나도 성공한 이민자가 될 수 있을까? 남부럽지 않게 살아볼 수 있을까?

살다 보면 맘에 들지 않는 건 참 많다. 그건 이민을 가든, 유학을 가든 결론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분명한 건, 현재에 대한 만족을 하는 연습을 하면서, 미래에 대한 어느 정도의 대비와 현실적인 준비를 가지는 것만이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 거 같다. 장소가 바뀌면 novelty, 새로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새 차나 새 핸드폰을 구입했을 시와 마찬가지이다. 어느 정도 사용하다가 고장이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면 좀 나아질까?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민 경험자로서, 이민 1.5세대로서, 그동안의내 경험과 생각들을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고 싶다. 이외에 외국생활에 대한 현실과 일상, 여행의 즐거움, 소소한 생각 등을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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