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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이야기

회계사(CPA)는 미국에서 어떤 직업일까? 연봉과 위상 그리고 전망을 알아보자

by LarchmontKorean 2021.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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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을 온 난 대학시절 때부터 취직을 내 삶의 우선 목표로 삼고 그 당시 외국인들에게 취업이 비교적 쉽다는 공인회계사의 길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하고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배낭을 메고 강의실을 찾아 캠퍼스를 돌아다니고 공강 때는 낮잠도 잘 수 있던 그 시간의 소중함을 그때는 몰랐기에 평생 커리어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미국 CPA가 되기 위해 인터뷰 연습을 하고 회계 수업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온 시간을 투자했던 게 생각이 난다.

 

학생 시절 때 작은 디테일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공부하던 습관이 현재에도 남아 현재까지는 잘 살아남고 있고 퀄리티 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인컴이 따박따박 나오는 걸 보면 회계를 선택한 결정이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아직 갈 길은 멀고도 멀지만 나와 같이 이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어 언젠가 나의 글을 읽을지도 모를 방문자들을 위해 미국에서 공인회계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음에 나열된 부분에 집중하여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 미국에서 회계사로 취직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올라가는 건 쉽지 않다.
  • 직업으로서의 위상은 한국에 비해 안 좋지만 의외로 연봉은 평균 이상이다.
  • 대형 회계법인의 직장생활은 정말 힘들지만 복지가 좋다.
  • 회계 시스템 자동화의 위협은 있으나 전망은 아직 밝다.
  • 그리고 끊임없는 배움과 열정이 필요하다.

 

 

 

용어에 대한 정리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용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AICPA는 미국 회계사라는 뜻이 아니다. American Institute of Certified Public Accountants의 약자로 라이선스를 취득하면 가입할 수 있는 전문가 협회이다. 이 곳에 가입하는 건 필수가 아니지만 일부 빅 4 회계법인에서 요구되기는 한다. 자격증 발부는 각 주 정부기관에서 담당하는 일이고 AICPA는 회계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표하여 회계법 개정에 참여하고 회계기준을 만들거나 각종 자료물 그리고 Continuing Professional Education (CPE)라는 자격증 유지를 위한 학점을 받을 수 있는 수업 등을 제공한다.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굳이 미국 회계사라고 소개할 필요는 없으므로 간단히 CPA라고 부른다. 만약 회계법인에서 일한다면 컨설턴트 등으로 부를 거다. 그러나 아직도 네이버와 지식인에선 'AICPA 되는 법'이라고 물어봐서 당황스럽다. 자 그럼 본론으로.

 

1. 취업은 어렵지 않다.

외국인에 대한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미국에서 외국인에게 쉬운 취직의 길은 없다. 그러나 정권마다 차이가 있으니 어쩌다 운이 좋아 정책이 이민자나 유학생에게 손을 들어준다면 미국에서 공인회계사가 되는 길은 다른 커리어에 비해서 그다지 어렵지 않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거나 경영, 경제학을 전공하고 리크루팅 이벤트 같은 채용설명회 같은 곳에 자주 나가 얼굴도 비추고 인턴쉽을 해서 풀타임으로 가는 길을 마련하거나 인턴쉽을 거치지 않아도 풀타임으로 지원을 해 채용과정을 거치고 취직을 하면 정직원이 될 수 있다. 채용과정에 대한 글은 여기로.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에 있는 대형 회계법인에 있는 회계사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들을 나온 엘리트들이라는 거다. 그러나 미국 회계법인에선 이런 종류의 엘리트 대학 출신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거의 없다. 주립대학이나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 출신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름 각자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고 활동도 열심히 했겠지만 아이비리그 수재들은 찾아볼 수 없는 분야인 게 현실이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굳이 탑 대학의 졸업장이 없어도 이 분야에 뛰어들기 쉽다는 거다.

 

물론 경쟁률이나 빅 4 회계법인 같은 대기업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이 갈수록 높아져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조금 더 힘들어지겠지만 컴퓨터 공학분야처럼 힘들게 공부해서 면접 시 논리문제를 풀어야 되지도 않고, 투자은행처럼 포트폴리오를 들고나가 프레젠테이션을 할 필요도 없다. Uniform CPA Exam이라는 시험에서 4개 과목을 모두 통과해야 자격증이 주어지지만 한국의 시험이 몇 년이 걸리는 고시처럼 여겨지는 거에 비하면 상당히 쉬운 시험이다. 또 회사 입장에서도 풀타임으로 일을 하며 시험을 통과해야 되는 부담을 느끼는 직원들 때문에 과장급 (매니저) 승진 자격 기준에서 빼고 있는 게 실정이다. 해마다 채용기준이 달라지고 더 까다로워지는 건 사실이지만 들어가기는 쉽다. 그러나 취업은 취업으로서 끝나는 게 아니라 경쟁에서 살아남고 올라가야만 그 빛을 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당한 연봉과 고용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는 매니저급으로 승진을 하려면 최소 4-5년의 시간이 걸린다. 대부분의 신입 직원들은 주말도 없이 몇 개월을 일하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시니어 때 퇴사를 한다. 그 고통을 견뎌내면 매니저로의 승진이 첫 번째 관문인데,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일하면서 승진 평가 기간에 실수를 하나라도 하거나 리더십을 보여줘야 되는 상황에서 파트너들의 눈에 띄지 못한다면 수년이 걸려 몇 번이고 낙방할 수 있다. 낙방을 하면 이리저리 회사를 옮겨 다니며 기회를 엿보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다. 실제로 승진이 막히면 다른 경쟁 회사에 입사를 할 때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많이 열려있다. 이렇게 한 계단씩 승진을 하다 보면 파트너로서의 진로를 생각하게 되는데 한국인 파트너들도 정말 많지만 이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탑까지 가는 길은 인간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2. 직업적 위상과 평균 연봉

흔히 사자 돌림의 직업이라 불리는 직업 중 하나지만 미국에서의 현실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 LA의 한인타운에 여행을 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허름한 건물 벽에 빛바랜 간판에 걸린 CPA라는 글자를 봤을 거다. 물론 개인 세무사 사업을 하는 분들도 상황에 따라 수입도 천차만별이고 자부심도 남다르겠지만 반짝이는 구두에 수제양복을 걸친 로펌들의 변호사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라는 걸 알 수 있다. 이처럼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이 직업에 대한 미국 사람들의 관점은 한국에서 바라보는 것과 아주 다르다.

 

언젠가 한인 교회에서 누군가 나에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봤다. 대기업에 회계나 감사부서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형 회계법인 이름을 잘 모르기에 CPA라고 대답을 해줬는데, 별거 아닌 거 하는구나 하던 말투가 기억난다. 자존심을 부릴 일을 아니었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직업의 포텐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작은 중소기업의 어두 침침한 회계과 섹션에 앉아 장부 정리를 하는 어카운턴트도 있지만 비즈니스석을 타고 해외로 출장을 나가 대기업 임원들 앞에서 비즈니스 전망을 분석하는 파트너들도 있다.

 

빅 4 회계법인의 경우 매니저급은 평균 10만 불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 이 경력을 가지고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털 같은 Wealth management 계열로 나가서 일을 하면 성과급을 포함해 15-20만 불 이상의 고액을 벌기도 한다. 10만 불, 1억의 연봉은 사실 미국의 물가를 생각해 보자면 그다지 큰 금액은 아니다. 또 이 정도의 연봉은 전문직 종사자라면 어느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도 쉽게 받을 수 있는 돈이므로 대단한 건 아니다. 그러나 이민자로서 한 푼도 없던 시절을 생각하면 먹고사는데 지장은 없고 미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미래를 계획하기에는 충분한 돈이다. 지인들에게도 항상 물어보지만 연봉 측면에선 나쁜 직업은 아니고 오히려 빽도 없고 자본도 없는 이민자에겐 최적의 커리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공인회계사-빅4-회계법인-직급별-연봉-차트
출처: https://www.goingconcern.com/public-accounting-salaries-2021

위의 차트를 보면 2020년도 공인회계법인 (Public accounting)의 직급별 연봉을 볼 수 있다. 3년 차 시니어 직급의 중위소득이 6-7만 불로 연차와 직급이 올라갈수록 고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

 

3. 직장생활

물론 좋은 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이라면 다들 이해하겠지만 직장생활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직원으로 입사해 일을 하기 시작한 지 2달 정도 되었을 때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이 있었다.

 

 

  • 첫째는, 더 이상 대학생 때처럼 여름방학 동안 몇 개월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 수 있는 기회는 내 평생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둘째는, 매월 정기적으로 받는 수입만으로 저축도 하고 투자도 하고 먹고살아야 된다.
  • 셋째는, 일하는 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오직 나를 위해 내게 주어진 시간은 퇴근 후 그리고 자기 전 잠깐의 순간과 주말뿐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왜 다른 졸업생들처럼 졸업 후 좀 여유를 부리며 인생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후회를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스타트 선을 끊어놓은 상태였고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 이후로 쭉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해 본 거다.

 

아마 많은 이들이 공감할 거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직장인에겐 참 부족하게 느껴진다. 회계사한테는 더더욱 부족하다. 일명 바쁜 시즌 (Busy seson)에는 삶이 없다. 일이 곧 내 삶이고 삶이 곧 일이다. 쓸 때 없는 일도 일이고 누군가는 반드시 처리해야 된다. 자기 전까지 계산하고 이메일을 쓰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메일을 체크한다. 일하는 시간을 기록하고 클라이언트에게 청구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인 이른바 직원 활용도 (Utilization)라는 측정 지수는 마치 인격체인 직원들을 하나의 도구로 보는 회사의 관점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한다.

 

활용도가 100%라면 하루에 8시간, 일주일에 40시간을 온전히 일을 하는 거다. 점심시간, 휴식 시간, 그 외에 일을 기다리거나 하는 시간은 제외하고 말이다. 바쁜 시즌 때 이 활용도를 130-150%로 늘리라는 권고가 위에서부터 오는데 승진 압박이 있는 2-3년 차 시니어들은 200%도 찍는 경우를 가끔 봤다. 조금 과장된 면이 있긴 하지만 이들의 심리적 부담감과 압박을 잘 보여주는 수치이다. 바쁠 때에는 잠을 자면서도 엑셀을 리뷰하고 수식을 점검하는 내 모습이 가끔 꿈에 나왔다. 자면서도 일을 하는 거다. 그 날 하루 있었던 상사와의 갈등을 머릿속으로 되풀이하기도 하고 같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부하 직원들이 상담을 요청하고 찾아와서 울먹일 땐 공감을 하고 다독여 주고 싶었지만 강해지라고 타일렀다.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늘이 준 기회이자 복이다라고.

 

위에서는 정기적으로 승진 압박을 주고 끊임없이 피드백을 준다. 일의 퀄리티가 좋지 않다, 찾아 나서 하지 않는다, 테크니컬 한 면이 약하다,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는다 등 매번 들을 때마다 기를 죽이는 말을 많이 하지만 이때마다 나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았다. 그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일까. 내가 나가 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라 나를 진정으로 위해서 내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기에 이런 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다음날에는 더욱더 태연하게 그리고 뻔뻔하게 그들이 원하는 나의 모습이 되기 위해 변화하는 노력을 했다. 비록 돌아보면 힘들었지만 이때 배운 삶의 자세는 정말 값진 진주가 되어 게으르고 나태해질 때마다 나를 채찍질하게 만든다.

 

빅 4 회계법인을 퇴사하고 보니 그만큼 나를 괴롭히는 직장도 없지만 그만큼 성장할 수 있던 기회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실은 이런 채찍질을 하지 않는 회사에 다니면 의욕도 상실되고 모티베이션도 얻을 수 없다는 거다. 대형 회계법인의 이런 경쟁 구조도 나쁘게만은 볼 수 없고 기왕 월급쟁이 직장인이 된 바에 열심히 일에 매진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한다는 건 좋은 점이다.

 

사실 악몽 같은 바쁜 시즌이 끝나고 나면 의외로 할 일이 없다. 모든 결과물을 클라이언트에게 보내거나 국가기관에 제출을 하고 나면 앞서 말한 피드백의 시간이나 내년도 사업 계획서를 쓰기도 한다. 연차가 늘어나면 2-3주를 휴가를 가도 되고 다들 휴가를 떠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또 일만 없다면 자유롭게 퇴근할 수 있다. 특히 세무 서비스를 담당하는 부서는 미국 최대의 명절이 끼어 있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로 인해 매년 12월 한 달을 통째로 쉬는 경우도 많다. 복지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사람이라면 잘 맞을 거다.

 

4. 전망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AI와 빅데이터의 적용과 자동화 (Automation)의 중요성으로 미래학자나 IT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회계사라는 직업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위험에 처한 직업군이라고 한다. 나는 이 주장에 대해 반은 동의하지만 반은 동의할 수 없다. 여러 회계시스템 자동화에 프로젝트에 몸소 참여해 본 나로선 자동화 과정이 앞으로 10년 이상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회계를 모르는 IT 부서와 IT를 모르는 회계인들이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상당히 오래 걸리는 일이다. 그리고 많은 회계 종사자들이 전공자에 비해선 전문적이지 않지만 나름 IT에 대한 지식을 늘려가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회계기준과 조세법을 익히는 습관이 몸에 밴 회계인들은 이러한 지식을 늘려가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저 살아남기 위한 경쟁의 도구로 생각할 뿐이다. 지금은 사모펀드에서 일하고 있지만 항상 회계부서들이 일하는 방식을 보면 이 자동화라는 게 전 세계가 동의하는 손꼽히는 몇 개 혹은 단 하나의 기준을 갖춰야 전 세계의 회계부서가 존폐위기에 놓일 수 있다. 또 산업과 분야마다 조금씩 다 다르므로 이런 자동화 기준이 정립되려면 적어도 수 십 년의 세월이 흘러야 되지 않을까 싶다.

 

비용 측면에서도 회사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나의 예로 최근 Alteryx Designer라는 시각적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를 배우기 위한 진입장벽도 높지만 비용적인 측면에서 사용료가 높다. 컨설팅 회사에 맡기는 건 더더욱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자동화 경쟁으로 인해 컨설팅 회사들도 높은 계약금을 요구하고 수년에 걸친 multi-year contract를 요구한다. 결국 아웃소싱을 하기보단 회사 내에 IT부서와 회계부서에 맡기는 게 최선인데 단기간에 해결되는 일은 아니다. 만약 IT와 회계에 관심이 있다면 기본적인 IT 지식과 수업을 들어 놓는 게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컨설팅회사로도 진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거다.

 

전 세계가 기존의 엑셀이나 워드로 며칠씩 걸리는 수동적 업무 방식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만큼 우리 회계인들도 가만히 조세법이나 찾아보고 회계기준이나 공부하고 있어선 안된다. 앞으로 취직을 하고 싶은 어린 친구들도 나름 포트폴리오에 IT에 관련된 경력이나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될 것이다.

 

5. 배움과 열정

전문지식과 자격증으로 먹고사는 직업인 만큼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해마다 조금씩 개정되는 세법과 회계기준을 철저하게 공부해야 되고 자격증도 2년에 한 번씩 갱신을 해야 된다. 갱신을 할 때 앞서 말했던 CPE라는 수업들을 이수해서 학점을 채워야 된다. 수업은 감사나 세무 같은 회계분야뿐만 아니라 경제나 창업 그리고 전문직에게 요구되는 윤리기준 등이 있다. 회계법인에 있을 때는 회사 자체적으로 개발한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학점을 받았지만 대기업을 나오면 알아서 수업을 찾고 채워나가야 된다.

 

학점 한 개는 한 시간 분량의 수업이고 수업이 끝나면 테스트를 봐서 패스를 해야 된다. 매달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수업을 들으면 캘리포니아 같은 경우 요구되는 80 학점을 2년 안에 채우는 건 상당히 귀찮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만약 은퇴까지 평생을 걸쳐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게 된다면 1,000시간이 넘는 분량의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니 그야말로 이 분야에서 전문인이 되는 거다. 빅 4 회계법인의 최고위직인 파트너들은 실제로 백과사전적인 지식과 경력을 갖고 있어 성과급을 제외한 그들의 연봉은 평균 40만 불이 넘고 전화로 클라이언트와 상담을 할 경우 한 시간에 평균 500~700불을 청구할 수 있을 만큼 디맨드가 높은 고급 지식을 갖춘 전문직이다.

 

2017년 말 트럼프 정부 때 1987년 이후로 대규모의 미국 세법 개정이 있었다. 이걸 Tax Cuts and Jobs Act of 2017 (TCJA)라고 하는데 많은 면에서 기업들의 세율을 완화해준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다니던 법인에선 이 개정에 나와있는 주요 사안들을 직급을 막론하고 모두 공부를 시키고 내부적으로 시험을 봐서 패스를 하지 못하면 인사 고과에 반영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이 분야에 전문인이 될 수 있도록 회사도 노력을 하고 배려를 한다. 끝까지 살아남아 높은 연봉과 지위를 갖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열정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의 백그라운드를 자세히 보면 열정은 학력과 관계없고 성공하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이룰 수 있다는 점에 상당히 희망적이다.

 

끝으로

미국에서 공인회계사라는 직업으로 사는 데에 대한 나름의 정리를 해보았다. 변화무쌍한 이 세상에 정말 쉽지 않은 길이다. 앞서 말했듯이 앞으로 나아갈 길은 정말 멀고도 험한 것 같다. 아직 나도 사회초년생이라고 생각을 하고 싶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겪고 열두 달 한 해가 무심하게 흘러가는 것을 목도하고 나서 인생이 길지 않음을 느꼈다. 유튜브에서 우스꽝스러운 개그나 고양이와 강아지 영상을 보며 낭비한 시간들, 다음 주말에 시작하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미뤘던 공부 등 모든 것이 후회가 되어 그 시간에 글쓰기를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 글을 보고 미국에서 공인회계사가 되기로 했던 결정을 굳힌다면 한 살이라도 단 하루라도 젊을 때 미래를 계획하는 마음으로 다 같이 걸음을 재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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