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시간 내서 공부하는 게 참 쉽지 않죠. 저도 직장을 다니면서 1년간 공부해서 AICPA 시험을 합격을 했고 미국 4대 회계법인 세무부서에서 일도 해봤는데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저의 공부 방법과 시험에 대한 생각을 이 글에서 나눠 볼 생각입니다.
물론 저는 미국에서 학교도 나오고 살아왔기 때문에 영어로 시험을 치르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대학 나오고 직장 다니는 많은 분들의 합격 후기를 듣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의지의 한국인이에요! 그러나 사실 미국 CPA시험이 영문학 시험도 아니고 구술 섹션도 없기 때문에 영어를 못해서 이해 못하는 아리송한 표현은 안 나오고 교재만 열심히 공부한다면 다 거기서 거기인 시험이라 누구나 도전해 볼만하고 또 합격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만 하면 누구나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다
Uniform CPA Exam은 한국의 공인회계사 시험처럼 고시가 아닙니다. AICPA 웹사이트에서 찾아본 바에 의하면 네 과목 시험 합격률이 48%에서 60%로 굉장히 높습니다. 한국회계사협회 (KICPA)에 따르면 한국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률이 32% 정도로 미국 시험보다 어렵다는 게 사실이고 실제로도 수년에 걸쳐 시험을 보거나 어린 나이에 합격하면 신문에 나올 정도이지요.
고등학생 때 SAT 시험도 보고 AP 시험도 여러 본 치러본 제 경험에 의하면 미국의 Standardized Test는 한국처럼 소수의 인원을 뽑기 위해 고난도 문제를 출제하여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적합도를 판단해 단계별로 인원을 추려내는 시험이란 겁니다.
그 이유는 저번 "회계사는 미국에서 어떤 직업일까?"에서도 간단히 언급하였듯이, 모든 한국 사람들이 서울에서 대학 나오고 취업하고 성공하려는 것과 달리 미국은 엄청 큰 나라이고 각 대도시와 주마다 경제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굳이 소수 인원만 가려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또 그만큼 라이선스 하나 가졌다고 취업이 쉽게 된다거나 우대를 받지도 않을뿐더러 대부분의 기업에선 학벌도 중요하지 않고 경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직장을 다니면서 적게 공부하고 높은 효율을 내서 미국 CPA시험을 합격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저는 2016년에 시험을 보고 라이선스를 취득했기 때문에 문제 유형이 다소 바뀌었을 수 있는데요, 전략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제가 정리해본 팁입니다.
- 매일 공부량을 정하고 단기간 공부해서 시험을 본다
- 강의를 보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교재를 보고 직접 종이에 풀어봐라
- 어느 정도 개념이 이해되면 문제만 풀어라
하루 공부량을 정하고 매일 공부하라
Uniform CPA Exam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절대 지능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 공부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시험입니다. 회계법인에서 일할 때 동기들과 했던 말 중에 하나가 '진짜 저 사람도 패스했어?' 할 정도로 쉬운 시험입니다.
제가 했던 방법은 시험 네 과목 모두를 몇 달 간격으로 신청해놓고 그 스케줄에 맞춰 공부하는 겁니다. 공부 시간은 절대 한 달을 넘기면 안 됩니다. 정말 회계 기초가 없다면 많은 양을 공부해야 될지도 모릅니다만 한국 대학에서 회계를 해보신 분이라면 다 아시는 내용입니다. 단지 영어로 되어 있을 뿐이죠.
시험공부 기간이 한 달을 넘기게 되면 전에 공부한 내용을 까먹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결국 시험날짜가 다가오면 전에 했던 게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있고 실제로 그런 부분은 시험문제로 출제가 됩니다. 머피의 법칙이랄까요? 제가 제일 싫어했던 FAR 같은 경우는 처음에 여유롭게 두세 달을 잡고 공부했다가 불합격을 했고 재시험을 볼 땐 딱 한 달을 잡고 주말 하루 종일 공부해서 패스를 했습니다. 이 경험으로 나머지 세 과목도 한 달씩 공부해서 패스를 했지요.
강의를 아예 보지 말고 교재를 봐라
CPA 학원에서 하는 강의는 시간낭비입니다. 완벽한 "시간낭비"입니다. 남이 백날 설명해주는 거 시간 내서 들여다봐야 아무 소용없습니다. 물론 회계학 박사 학위도 있는 만큼 회계가 엄청 어려울 수도 있고 회계학에 관한 기초지식이 없으면 어느 정도는 봐야 될 겁니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표를 그리고 차변과 대변을 쓰면서 공부해야 머리에 남고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저는 미국 교재인 Becker로 공부를 해서 (Becker AICPA 교재 후기) 한국인 강사가 설명해주는 강의는 본 적이 없는데요, 이왕 영어로 시험을 볼 생각이면 영어로 생각하고 집중하는 연습을 하는 게 나중에 문제를 풀 때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동기들과 항상 말했던 거지만 일도 바쁘고 시간이 없을 때 강의를 챙겨보는 동기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아냐 난 그래도 강의를 봐야겠어' 하고 강의를 꼬박꼬박 챙겨 보던 사람들은 일에 치이고 시험공부에 치여 몇 년이 지나도록 남들 다 패스하는 시험을 결국 못하고 말더라고요.
감사 과목인 AUD은 정말로 강의가 필요 없습니다. 회계감사의 기본 개념을 외우고 프레임을 외우고 Audit Opinions Letter도 단어, 문장 하나하나 외우면 패스합니다. 저는 대학시절부터 세법을 좋아했기에 REG는 쉬웠지만 AUD은 단순 이해만 하고 넘어가면 문제를 풀 수가 없더라고요. 무작정 외우면 되는데 강의는 볼 필요가 없겠지요?
문제 풀이에 집중하라
강의를 아예 안 보면 그 시간에 교재에 나온 개념 설명을 보면 됩니다. 영어로 된 회계 교과서가 있다면 더욱 자세히 공부할 수 있지만 이 시험의 목적은 패스입니다. 패스만 하면 되기 때문에 자세하게 공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바로 문제풀이 데이터베이스에 들어가서 문제만 죽어라고 풀면 됩니다. 문제풀이를 하다가 틀린 문제는 반드시 왜 틀렸는지 집고 넘어가셔야 됩니다.
Becker나 Wiley CPA Review 교재에 나온 문제 그대로 출제가 됩니다. 그리고 미국 표준 시험의 특성상 질문 자체에 함정이 있는 유형이 어려운 유형인 게 대부분입니다. "Which one of the following is not~"이런 문제를 조심해서 푸는 법과 문제 유형마다 푸는 방법이 익혀질 때까지 문제를 풀어야 됩니다. 교재 보시면 챕터마다 문제가 수 백개 있는데요, 그거 다 풀면 패스는 자동으로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끝으로 AICPA에서 관할하는 이 미국 CPA 시험에 대한 제 생각을 좀 말하고 싶은데요, 구글 서치를 해본 결과 teamblind.com과 같은 많은 온라인 포럼에서 AICPA 합격자에 대한 우대가 한국 회계법인에선 매우 좋지 않음을 봤고 KICPA인 분들과 온라인 상에서 댓글 수 백개를 쓰며 싸우는 걸 봤는데요,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 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치킨 팔아서 연봉 10억 인 사장님도 있고 회계사든 변호사든 전문직이랍시고 어느 대기업 다닌다 연봉이 얼마다 하며 명함 내미는 사람들을 이용해 수천억을 벌며 평생 단 한 시간도 일할 필요도 없는 그냥 부자인 사람들도 이 세상엔 엄청나게 많습니다. 미국이라는 '큰 물'에 나와서 회계사로 일하며 자손 대대로 놀고먹는 셀 수 없이 많은 빌리언에어 패밀리들을 보고 느낀 건 월급 받는 직장인이라면 그 월급이 얼마간에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남 무시하지 말고 좀 더 번다고 난척하지 말고 각자 위치에서 자기가 가진 것을 잘 활용해서 최대한의 이익을 보는 게 중요하겠지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About Me 메뉴에 있는 제 개인 이메일로 질문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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