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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야기

미국의 팁 (Tip) 문화에 대해서 - 유래와 사회적 관점

by LarchmontKorean 2021.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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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당에서 팁은 얼마나 줘야 될까?

미국에 여행 가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면 팁을 줘야 하지요? 얼마를 줘야 되는지도 고민되고 안 주면 어떻게 되는지 또 가끔은 아깝기도 할 때가 있는데요, 이 팁 문화에 관해 그 유래와 사회적인 관점에서 문제점을 짚어 봤습니다.

 

한국은 아직까진 식당 종업원들에게 팁을 안 줘도 돼서 여행 갈 때마다 상대적으로 음식값이 싸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매번 팁을 내는 건 아니고 푸드코트나 테이크아웃의 경우 서버가 없기 때문에 저는 팁을 주지 않는데요, 자리를 안내받아 서버가 음식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는 식당의 경우 (Sit-down restaurants) 음식값의 일정 퍼센티지를 팁으로 내야 됩니다. 팁을 주지 않으면 종업원이나 사장이 쫓아 나오기도 하고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도 발생하는데요, 어쩔 땐 종업원이 손님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팁을 계산하고 청구하는 일도 발생합니다. 저도 이런 일이 일어나서 Yelp에다 안 좋은 리뷰도 올려보고 했는데 쓰고 나면 통쾌할 거 같지만 힘들게 일하는 종업원들을 생각하자면 참 서로에게 기분 좋지는 않은 일이에요.

 

다음은 대략적으로 팁을 얼마를 줘야 되는지 CNN에서 발췌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인데 참고하시면 됩니다. 팁은 세전 (pre-tax) 음식값 (bill)에 다음의 퍼센티지를 적용하여 계산합니다.

 

  •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를 제공하였을 경우: 적어도 10% (10% 미만의 팁은 삼가)
  • 보통의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 15-18%
  •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 20%
  • 주의: 아무리 불쾌해도 $1 이나 동전을 주는 행위는 예의에 어긋나며 여행자는 그 나라를 대표하기도 하기 때문에 하면 안됩니다.

 

요즘은 미국도 한국처럼 음식을 집으로 배달시켜 먹는데 배달앱에 팁을 주는 란이 포함되어 있는 걸 보면 안 주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주자니 이미 음식값도 비싼데 하며 참 여러모로 불편한 제도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자세히 알아봤고 이 글을 통해 제 생각을 나누면 좋겠네요.

 

팁 문화의 역사적 유래와 배경

사실 미국에 사는 사람이나 여행자들에게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면 종업원에게 팁을 줘야 되는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된다 (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라는 말이 있듯이 미국에 오면 미국의 관습과 법을 따르는 게 예의 이겠지요. 다만 팁을 주는 건 연방정부 법이나 주정부 법으로 제정되어 있는 건 아니라 관습적으로만 행해지는 것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역사적 배경을 좀 알아보니 여러 가설이 있지만 19세기 후반까지 남아있던 미국의 노예제도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법적으로 일정한 시급이 정해져 있지 않던 시절에 손님이 주는 팁으로 종업원의 임금을 때우던 관행으로부터 출발을 했다고 합니다. 또 20세기 초 급성장하던 미국의 부유층 클래스가 유럽 여행을 하며 귀족들의 관행을 배워와서 과시하기 위해 보여주기 식으로 하던 행동이 자리 잡은 거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게 선택적인 관행으로 남은 게 아니라 거의 의무적으로 해야 된다는 게 소비자들의 불만이지요.

 

 

미국-식당에서-식사후-팁을-78%의-사람만-준다는-설문조사
78%의 응답자만 항상 팁을 준다는 설문조사

 

 

위의 그래프처럼 일부 미국 시민들도 팁을 반드시 준다와 주지 않는다의 입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상대적으로 비율은 적지만 '주고 싶지 않다' 혹은 '왜 주는지 모르겠다'의 입장도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어쩌다 한번 비싼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도 하고 기분도 내보려고 하면 비싼 밥값도 문제지만 이것저것 물어보며 괜히 잘해주는 웨이터에게 팁을 얼마를 줘야 될지 고민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계산이 끝날 때까지 지켜보고 있는 웨이터들도 있어서 엄청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들을 지적하고 사회 시스템적인 문제 때문에 이런 문화가 남아 있는 거고 그 때문에 소비자들도 부담을 느낀다고 생각한답니다.

 

팁을 줘야 되는 이유와 사회적 문제

학교 다닐 때 경제학 수업을 하도 대충 들어서 부분적으로만 기억을 하는데 그나마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Sticky-Price라는 건데요 이 팁 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거시경제학에서 GDP 성장으로 보이는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물가상승에 비례해서 상승 속도와 폭이 느리고 좁다는 개념인데요. 실로 집값은 해마다 오르고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물가가 오르는 걸 체감할 수 있으나 이에 비해 임금이 오르는 속도는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현상을 말하는 겁니다. 이로 인해 팁을 요구하는 거고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거지요. 차라리 반드시 지켜야 되는 법이라면 처벌이 무서워서라도 꼭 지키겠지만 개개인의 도덕적이나 인간적 가치관에 떠넘기고 있으니 많이 받지 못하는 종업원뿐만 아니라 한 푼이라도 내야 되는 소비자 모두에게 불만의 목소리가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LA에서 잘 나가고 분위기 좋은 (hip 한) 식당이 많은 베니스나 다운타운에서 식사를 하고 영수증을 보면 종업원의 생활 보장과 의료보험을 위해 팁을 주라는 권고가 쓰여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식당 종업원들에게는 일정량의 시급으로만 노동의 대가가 주어지고 일반 기업의 회사원들처럼 의료보험이나 기타 복지를 따로 받지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 부담을 떠안아야 되는 게 사실인데요. 한국에 비하면 캘리포니아의 최저시급이 $13-14로 많이 높지만 이런 시급으로 여기서 살기엔 역부족인 게 현실이지요.

 

 

미국-연방-최저시급의-변화를-보여주는-그래프
연방 최저시급은 2009년부터 동결로 $7.25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당장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만 생각할 뿐이라 이런 사회적 부담을 소비자에게만 전가하는 게 어떻게 보자면 씁쓸하게 느껴지는데요, 미국의 비싼 물가에 비교해서 연방 최저시급은 한참 낮고 2009년부터 동결되어 $7.25에 불과한지라 최소한도의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 최저시급을 올려주지 않는 다면 앞으로 계속해서 팁을 내야 되는 심적 부담과 관행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 팁을 안 낸다고 한다면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손해가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팁을 주지 않는 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팁을 주지 않는 다면 결국엔 그 영향도 소비자에게 돌아올 거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합니다. 모두가 팁을 주지 않기 시작한다면 종업원들의 불만이 많아질 거고 그 불만은 식당 주인에게 돌아갈 겁니다. 그러면 식당 주인은 이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음식값을 높게 책정하겠지요. 결국엔 소비자에게만 또 돌아오는 겁니다. 최저시급을 올린다고 하면 이 돈은 공짜로 발생하는 게 아니지요. 최저시급의 상승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초래해서 결국엔 또 소비자에게 손해인 건데요, 이런 점을 고려하자면 아직까지는 선택적으로 팁을 주는 제도가 정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네이버 지식인처럼 미국에도 Quora라는 웹사이트가 있는데요, 여기서 관련된 글을 찾아보면 이 점이 미국 사회에서도 논란이 있는 문제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왜 손님이 종업원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되느냐' 또는 '먹고살고 싶으면 더 좋은 잡을 알아봐라' 식의 태도를 가진 미국 사람들도 많이 있는 듯합니다. 저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던 부끄러운 과거가 있습니다만 먹고살려고 일을 해보니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것도 힘든데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서버일에 종사하는 분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하는 생각을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지금은 차라리 집밥을 더 먹고 아껴 살 일이지 어쩌다 나가서 한 번이라도 식당에 가면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는 주자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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