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미국 LA 집값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오늘은 미국의 부동산 매매 전반의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미국은 주마다 부동산 매매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과정과 용어에 대해서만 설명을 했고요, 매매계약서에 관한 내용은 캘리포니아에서 부동산 거래 시 주로 사용하는 공인중개사 협회의 기준 매매계약서 "California Residential Purchase Agreement"를 바탕으로 설명했다는 점 주의 바랍니다.
저도 주택을 구매할 때 그 과정이 이렇게 복잡한 것인 줄 미처 몰랐는데요, 작은 콘도 하나를 사는데도 정말 힘들었고 제일 힘들었던 건 중개수수료에 목을 맨 하이에나 같은 공인중개사를 만났기에 맘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힘들게 모은 돈이 통장에서 다 빠져나가고 집주인이 됐다는 문서에 서명을 할 때, 기쁨보다 내일 당장 세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며 외줄 타기 하듯 존재하는 나약한 인간들이 자연이 물려준 땅에 마음대로 선을 긋고 공중에 붕 떠있는 공간마저 서로 소요권을 운운하며 사고팔기 위해 만들어놓은 법과 규제란 것에 대해 약간의 허탈감을 느꼈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미국에서 주택을 구매하는 방법 - 신용점수가 첫 단계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주택을 구매할 때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칩니다.
-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이나 론 브로커를 통해 프리어프루벌 레터 (Pre-Approval Letter)를 구한다.
- 인터넷으로 시장과 매물을 조사하고 공인중개사 (Realtor)를 구한다.
- 오퍼 (Offer Letter)를 쓰고 에스크로 (Escrow)를 통해 계약조건을 순차대로 만족하고 잔금처리를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택담보대출 (Mortgage Loan)을 받기 위해선 대출인의 신용조회를 요구합니다. 신용점수 (Credit Score)와 신용기록 (Credit History)이 중요한데요, 크레딧카드나 자동차 대출 상환 시 연채한 기록이 없고 상환을 해온 기간이 길수록 채무자의 대출상환 능력이 좋다고 평가해주는 것이지요. 781-850점 구간의 고득점이면 물론 좋지만 평균 지점인 720-780점의 스코어로도 좋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프리어프루벌 레터는 은행이나 타 대출기관에서 대출인의 최고 대출액을 증명해주는 자료인데요, 마음에 드는 매물이 나오면 집주인에게 오퍼를 넣을 때 같이 제공하는 자료입니다. 따라서 프리어프루벌을 받기 위해선 신용조회도 해야 되고 매물도 미리 찾아놓고 집 주소도 제공해야 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신용조회에는 "Hard-Pull"과 "Soft-Pull"이 있는데요, 자세한 신용기록을 조회하는 "Hard-Pull"을 하게 되면 신용점수가 3~5점 정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프리어프루벌 레터를 여러 기관에서 받을 경우 여러 번 조회를 해서 대출을 받기도 전에 신용점수가 낮아질 수 있으므로 여러 기관으로부터 요청하는 건 삼가야 됩니다. 또, 집을 보러 다니고 론 브로커와 상의를 하는 기간 중 고가의 물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도 신용점수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집 구매 이후로 미뤄야 합니다.
수년간 지속된 LA 부동산 시장의 열기로 매도자에게 유리한 "Seller's Market"이기 때문에 오퍼가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고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이 너무 높을 경우 다른 매물도 알아보고 여러 번 프리어프루벌을 받아야 되기 때문에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중개인을 알아놓으면 좋습니다.
부동산 시장과 매물을 분석하고 공인중개사 (Realtor) 구하기
프리어프루벌 레터를 받을 수 있는 브로커나 은행을 알아놨다면 미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아래의 부동산 웹사이트에서 예산에 부합하고 본인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습니다. 후에 같이 물건을 보러 다니고 성실히 일해줄 리얼터를 찾으면 됩니다.
매수인의 단독 중개사 없이 매도인의 중개사와 이중계약 (Duel Agency)을 할 수도 있으나, 매도인의 중개인은 언제까지나 매도인의 이익을 더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본인의 리얼터를 알아보는 게 좋습니다.
저도 몰랐던 사실이지만,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성공한 리얼터를 고르는 게 도움이 됩니다. 매매가의 일정 퍼센티지로 중개수수료를 받는 리얼터이기에 고객에게 부당한 계약이라고 생각될지라도 계약을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는데요, 당장 이만한 물건이 없을 거라고 사라고 부추기는 거지요.
저도 이 말에 속아 계약을 진행했는데, 가격 상승 포텐셜도 없는 콘도를 시장 가격보다 높게 주고 사게 되었고, 처음 집을 장만하는 사회초년생에게 진실된 조언을 해주기는 커녕 감언이설로 계약을 밀어붙인 것에 대해 화가 많이 났지만, 결국 모든 결정은 제 책임이니 여러분은 충분한 리서치를 하고 진행을 하시길 바랍니다.
고객에게 최상의 물건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리얼터가 좋은 리얼터이고 앞으로 쌓아나갈 비즈니스 관계보다 당장의 수수료만 챙기고 떠날 리얼터는 필히 걸러야 됩니다. 그냥 의사를 확인하는 정도로 연락을 취하는 게 아니라 자꾸 계약을 요구하는 전화와 문자를 넣으며 지속적으로 부추기는 리얼터가 있다면 매물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리얼터는 한인이나 미국인 둘 다 상관없지만 미국인의 집을 사는 경우라면 셀러 에이전트에게 영어로 대변을 잘해줄 수 있는 한인 2세나 미국인 리얼터와 일하시는 걸 추천드리는데, 그 이유가 부동산 계약이 아무래도 법과 관련된 부분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셀러 에이전트와 가격 협상 이라든지 계약조건에 대해 상의해야 되기 때문에 영어로 말을 잘하는 에이전트가 당연히 도움이 됩니다.
오퍼 (Offer-Letter) 넣기
같이 성실히 일해 줄 리얼터를 찾았다면 이제 오퍼 레터를 써야 됩니다. "오퍼"는 앞서 말씀드린 프리어 프루 벌 레터와 함께 계약을 진행시키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경제적 능력을 증명하며 매도인과 매수인이 동의하는 매매가를 책정하는 단계로, 이때 동의한 매매가는 계약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고 제시한 금액보다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주택의 흠집을 잡아서 수리비 (Repair Credit)을 얻을 수 있으니 무조건 오퍼는 높게 넣자는 리얼터도 피하는 게 좋습니다.
그 이유는 집을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 매수인이 수리비를 근거로 이미 동의한 매매가를 나중에 낮춰달라고 한다면 흔쾌히 받아줄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여려 명의 매수인이 같은 매물을 원하는 Multi-Offer의 경우, 나와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대기 중인 사람과 새로운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계약이 일단 진행되고 내가 정말 이 집이 급하다면 매도인이 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신중해야 됩니다.
그래서 오퍼는 내가 지불할 능력이 있는 범위에서 무리하지 않고 또 시장 가격과 괴리가 있지 않는 선에서 제시해야 됩니다. 지나간 버스는 보내고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리면 새 버스가 찾아오듯 매물도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에 놓친 집에 연연하지 말고 계속적으로 찾아보는 게 좋은 전략입니다.
에스크로 (Escrow)
집주인이 오퍼를 승낙하고 매매가가 정해지면 비로소 계약이 진행됩니다. 이것을 에스크로 (Escrow)에 들어갔다, 또는 "In-Escrow"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이때부터는 양쪽 중 하나가 계약조건 (Contingencies)을 파기하지 않는 이상 매수인이나 매도인이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무효시킬 수 없고 잘못하면 계약금 (Earnest Money Deposit)을 근거로 소송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신중하고 계약서의 모든 구절을 자세히 읽어봐야 됩니다.
에스크로는 일반적으로 높은 금액이 오고 가는 미술품이나 부동산 거래에서 계약의 안전성과 양측의 신뢰를 위해 제삼자의 회사를 고용해 자금을 예치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모든 계약 조건이 성사되어 계약이 종료되었을 때 계약금과 잔금을 전달해주는 작업을 합니다. 따라서 양측에서 수수료를 지불해야 되기 때문에 미국에서 부동산 거래는 중개인의 수수료뿐만 아니라 에스크로 수수료도 지불해야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에스크로 회사는 주로 셀러가 정해주고 요즘은 온라인 포탈을 사용해서 계약서가 오고 가며 계약조건이 성사되가는 과정을 보여주기에 전반적인 진행 과정에 대해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에스크로 단계는 다음 과정을 거칩니다.
- 오퍼가 승낙되면 셀러가 에스크로 계좌 (Escrow Account)를 열고 바이어의 계약금을 예치시킨다.
- 계약금 예치와 동시에 계약조건 (Contingencies) 기간이 순차대로 시작이 된다.
- 모든 컨틴젠시가 종료되면 잔금처리를 하고 계약이 종료된다.
계약금은 매매가의 3% 정도로 오퍼가 승낙이 되면 2~3일 안에 와이어로 에스크로 계좌에 입금을 합니다. 컨틴젠시에는 "Inspection Contingecy", "Appraisal Contingency", 그리고 "Loan Contingency" 등이 있는데요, 각 컨틴젠시마다 만족시켜야 되는 며칠 또는 몇 주 정도의 기간이 주어집니다. 컨틴젠시를 만족하게 되면 "Contingecny Removal"이라고 하고 양측이 동의를 했다는 사항이 계약서에 추가가 됩니다.
컨틴젠시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면, "Inspection Contingency"는 주택 구매 전 주택에 하자가 없는지 전문가와 함께 점검을 하고 수리비를 요구하거나 수리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단계인데요, 점검 후 전문가의 리포트를 매도인과 매수인 양측이 받아보고 결정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앞서 말씀드렸듯이 리얼터의 소통 능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만약, 구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하자가 있을 시 매수인이 기간 내에 계약 취소를 결정하고 매도인에게 통보하면 계약을 정상적으로 파기할 수 있고 계약금 또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인스펙션 전문가는 바이어가 본인의 에이전트나 셀러의 에이전트가 추천해주는 사람은 거르시고 본인이 직접 찾은 사람으로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 이유는 에이전트가 추천해주는 전문가는 큰 하자가 있더라도 매수인에게 알려줄 의무도 없고 뒷돈을 먹었을 수도 있기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소한 하자도 다 점검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으셔야 됩니다.
컨틴젠시 기간은 무조건 길게 하는 게 바이어 입장에선 좋지만 셀러가 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를 하면 셀러의 요구에 맞춰야 됩니다. 또 요즘은 오퍼를 넣을 때 컨틴젠시 일부를 제외시켜 셀러의 부담을 덜어줘서 오퍼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도 있는데 이걸 "Contingency Waiver"라고 합니다만 제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추천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끝으로,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기에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나눠 보겠습니다.
글을 쭉 읽어보셨다면 좋은 부동산 리얼터를 고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게 될 텐데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리얼터는 내편이기는 하지만 직업적으로 오롯이 나의 편만이 되어줄 수는 없는 특수한 환경에 있기에 중개사의 말을 무조건 신뢰하기보다 계약의 처음부터 끝까지 양쪽의 리얼터가 하는 말을 잘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한국과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매우 다릅니다. 도시마다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잘 알아보셔야 되고, LA는 한국과 달리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또 일반적으로 저번 시간 "LA 집값"에서도 설명하였듯이 콘도는 집값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단독주택 시장은 대체로 비싸고 경쟁도 매우 치열합니다. 또 부동산 거래에 관련된 중개료와 기타 비용도 한국보다 많고 도시와 카운티마다 부동산 보유세도 다르기 때문에 역시 많은 면에서 잘 알아보셔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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